양자 컴퓨터 / George Johnson

Books 2008. 12. 31. 01:39

지난주 N모사로 직장을 옮긴 han*님을 대동하고 팀원들과 술을 한잔 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han*님이 낀 자리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주제들로 건설적인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들이 오간다. 프로그래밍 랭귀지에서부터 정치 경제 이야기까지. 그 날 밤은 어쩌다 양자역학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양자 컴퓨터"에까지 이야기의 주제가 옮겨졌다. 그 때 "양자 컴퓨터" 라는 책이 회사 도서관(?)에 있다는 사실을 cman 님으로부터 들어서 알게 되었다. (귀중한 정보를 귀뜸해 주신 cman 님 ㄱㅅ~)

새벽 세시. 술자리가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난 곧바로 사무실로 들어가서는 그 책을 손에 쥐고 - 대출 절차도 밟지 않고 말이다. 거의 늘상 그렇듯 원하는 건 곧바로 손에 넣어야 한다. -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양치질을 하고 이불 속에서 책을 펼쳤다. 두 페이지도 읽지 못했는데 잠이 쏟아져서 정신을 놓아 버렸다.



A Shortcut through time : The Path to the Quantum Computer
우선, 책의 장점부터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무엇보다도 이 책은, 원자레벨에서 동작하는 컴퓨터라는 최신의, 매우 생소하고 낯선 개념에 대해서 설명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치있다고 할 수 있다.

거기 더해서, 이 책에서는 매우 "양자 컴퓨터" 라는 개념을 매우 알기 쉽게 설명해 놓고 있다. 너무나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분야에 아주 완전히 생소한 일반인 - 쿼크 (Quark), 끈 이론 (String theory), 중성미자 (Nutrino) 등등의 용어를 전혀 접해 보지 못한 일반인 - 들도 왜 "양자 컴퓨터" 가 컴퓨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개념인지, 어떻게 정보를 저장하고 연산을 수행하는지를 매우 피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

게다가 튜링 기계 (Turing Machine) 가 무엇인지, 폰 노이만 기계 (Von Neumann Architecture) 가 무엇인지 등 전산학에 대해서도 완전 무지한 사람들도 독자로 가정하고 있다.

이처럼 독자층을 너무나 광범위한 일반인으로 삼은 것이 책의 장점이지만,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어설픈 비유와 기본 개념에 대한 필요없는 설명으로 인해 전산학 계통의 사람들, 혹은 피상적이지만 최신 물리학들의 개념 정도는 교양 지식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읽기에는 다소 지루한 면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대충대충 건너 뛰면서 읽었었다.

저자도 이 점을 책의 앞부분에서 인정하고 있으며, 주변 상황들, 관련된 anecdote 들을 최대한 적게 서술하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쓸데없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와 같은 여러가지 주변 담화들을 싹 빼 버리고, 보다 더 "원리" 를 설명하는 데에 집중했으면,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으로 책을 채웠으면 더 좋았을 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하지만, 앞부분에서 이야기했듯이, 나름대로 재미있는 책이며, 양자 컴퓨터의 동작 원리에 대해 약간이나마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면이 있어서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은 책들 :

  • QED / Richard Feynman
    파인만의 명저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한번 더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The Elegant Universe / Brian Greene
    끈 이론과 The Theory of Everything 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이다.
  • Six Not So Easy Pieces (파인만의 또 다른 물리 이야기) / Richar Feynman
    파인만 교수의 강의록이다. Elegant Universe 와 함께 보면 더 이해하기 쉬울 듯 하다.
    뉴튼 역학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상대성" 이라는 개념에서부터 시공간의 개념까지 이야기하는데, 수식이 많이 들어가 있는 관계로 읽는 데 상당한 집중을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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