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olin Sonata No.3 BWV 1005, Violin Partita No.3 BWV 1006 / J.S.Bach, 그리고 요한나 마르치

Music/Classical 2009. 6. 23. 01:46

아르페지오

내가 악기를 처음으로 접한 것이 기타라서 그런지, 나는 현악기의 소리가 무척이나 좋았다.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대학시절 (좀 늦었다) 목마르게 찾아 듣던 punk, hard rock 과 heavy metal 에서 이어진 전기기타 연주곡들때문일까? 로스트로포비치가 연주했던 첼로 조곡 1 번[각주:1]의 첫 곡은 듣는 순간부터 좋았다.

바이올린 솔로곡들은 왠지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첼로 조곡 1 번의 prelude 가 그렇듯, 숨 쉴 틈도 없이 쇄도하는 분산화음으로 가득한 바이올린 소나타 3번으로 인해 바흐의 솔로 바이올린을 위한 조곡(Sonatas and partitas for solo violin)에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분산화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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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것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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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것. (악보는 피아노 곡인 베토벤 선생의 비창이지만...;;)


요한나 마르치[각주:2]라는 "비운의 여류 바이올리니스트" 라고 일컬어지는 연주자가 있었다. 음반은 정말 몇장 남기지 않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흐의 바이올린 솔로 파르티타와 소나타 전집이다. 이 분의 연주를 알게 된 것도 분산화음으로 이루어진 곡이다.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의 4악장.


Violin Sonata No.3 (BWV 1005) in C 4.Allegro Assai

앞서도 언급했지만 바로 이 곡이 (그렇다. 일견 정신없을지도 모르는 무려, 연습곡같은 곡이다) 내가 바흐의 바이올린 독주곡집에 입문하는 계기가 된 곡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파르티타 2번의 여섯번째 곡인 "샤콘느[각주:3]" 라고 알려진 곡으로 인해 바흐의 바이올린 조곡을 접하게 되는데, 내 경우는 좀 특이한 케이스였다.

애초에 Rachel Podger 의 바이올린이 마음에 들어서 Podger 교수가 연주한 앨범을 구입했었는데, 진지하게 듣기 시작한 것은 고 마르치 (Martzy) 여사의 3번 연주를 어디에선가 들은 후가 된다.

이제 이 글을 쓴 목적인, 세 명의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고 비교감상(?) 하는 것을 시작해 보자.

내가 가진 바흐의 바이올린 독주곡 모음집 음반은 총 세 명의 연주자들에 의해 연주된 것들이다.

헨리크 쉐링 (Henryk Szeryng), 요한나 마르치 (Johanna Martzy) 그리고 레이첼 포저 (Rachel Podger) 가 그 연주자들이다. 쉐링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 의해 "거장" 으로 모셔지고 있는 분이며, 마르치 여사는 앞서 짤막하게 소개했다. 그리고 마지막인 포저 교수또한 다른 곳에서 La Strvaganza 를 소개하면서 언급했.. 을 것이다.

우선, 내 감상을 읽기 전에 각 트랙들을 들어 보도록 하자. [각주:4]


Rachel Podger :


Johanna Martzy :


Henryk Szeryng :


------ 2010. 9. 22 추가분
이 포스팅을 한 지 얼마 후, 요제프 시게티의 음반도 구입을 했다. 마르치 여사나 쉐링 선생의 연주와는 아주 또 많이 다른 연주였다. 일단 들어보도록 하자. 오디오 파일을 추가한다.

Joseph Szigeti:


------ 2010. 9. 22 추가분 종료

곡 자체의 분위기가 햇빛 가득한 오전에 대청마루에 쏟아지는 햇살과 같은 분위기이다. 마치 첼로 조곡 1 번의 prelude 같은 분위기. 물론, 장조의 곡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원체 밝게 쓰여진 곡이라 다른 느낌으로의 연주는 왠지 상상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마르치 여사의 연주는 베이스가 되는 음의 울림부터 뭔가 약간 다르다.

포저의 연주는 앞마당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 같은 느낌이다. 혹은 감상시의 내 기분에 따라서 마치 한겨울에 따듯한 실내로 쨍 하고 깊숙히 비쳐 들어오는 햇살에서 뒹구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일견 너무 빠른 템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역시 명 연주자 답게 적절하게 꾸욱 눌러 줄 곳은 꾸욱 눌러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이 빠른 템포는 아마도 포저 교수가 시대악기 연주자라 새롭게 해석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포저 교수의 이 음반은 다른 음반에 비해서 '울림' 이 많은 편이다. 스튜디오가 아닌 교회(연주 장소 : Doopsgezinde Kerk Deventer, Netherlands) 에서 녹음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울림'이 많은 것은 장점으로도, 단점으로도 작용하는데, 처음 바이올린 독주곡을 접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좀 더 풍부한 '울림'으로 인해 접근하기 쉬울 수도 있겠으나, 나중에는 오히려 감상하는 데 있어서 다소 신경쓰이는 면이 될 수도 있다.

포저의 연주를 먼저 들었다면 바로 다음에 있는 마르치 여사의 연주는 너무 느리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데, 사실 마르치 여사가 연주한 템포가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선택하는 템포이다. 쉐링의 연주를 들으면 매우 비슷한 템포로 연주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마르치 여사의 연주에는 뭔가 특이한 것이 있다. 음반을 구입해서 전곡을 들어 보면 느낄 수 있겠지만, 비브라토를 다른 연주자에 비해 꽤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전반적으로 약간 떨리거나 울리는 음색을 느낄 수 있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겠지만, 왠지 고인이 된 마르치 여사의 개인사와 겹쳐져서 약간 우울하면서도 나른한, 비가 올 것만 같은 느낌의 햇살과 그 속에서 나긋나긋 우아하게 춤을 추는 흰 옷을 입은 아가씨, 아니, 어느 귀족의 영애(-_-)를 보는 듯 하다.

마지막으로 쉐링의 연주는 들으면 들을수록 뭐랄까, 말로 표현하기 힘든 품격이라고 할 만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비록 이 곡처럼 약간 빠른 템포의 곡이라도 말이다. 힘이 있는 듯 하면서도 지나치지 않고, 절도가 있는 듯 하면서도 감성이 느껴지고, 무심한 듯 하면서도 세심한 프레이징. 음... 굳이 이미지로 표현하자면, 누렇게 바랜 흑백 사진 속의 신사의 모습이 떠 오른다.


살다 보면 가끔씩

, 아주 가끔씩 오늘 밤처럼 음악이 나한테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이미 한번 '왔던' 음악이라도 다시 한번 또 다른 모습으로 '오'기도 한다. 내가 정말로 행복해 하는 순간이다.

오늘 밤이 바로 그런 밤인데, 케이스다 뭐다 해서 정신없이 바쁘게 야근을 해 준 후 자정을 넘긴 퇴근길에 들었던 쉐링의 연주는 다시 한번 '아아~' 하는 나도 모르게 저절로 나오는 한숨이 나오게끔 했다.

샤워도 뒤로 미룬 채 이 느낌을 적어 두고자 키보드 앞에 앉았지만, 그때의 느낌의 1/3도 제대로 표현해 내기 힘들어서 매번 글을 쓸 때마다 그러하듯,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리고 요한나 마르치

의 연주로 바흐의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전곡을 들어 보자. 너무 맑아서 떨리는듯한 음색과 단아하면서도 따듯함과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자태가 눈에 보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2악장의 느낌은 요한나 마르치의 연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느낌이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곡 연주의 백미가 되는 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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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2. 24일 : 바흐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공연 /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1. 카잘스의 연주에 비하면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는 마치 기계가 하는 듯 감정의 표현이 극히 적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지만, 이 곡의 경우 카잘스의 명연주보다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가 나는 더 마음에 든다. [본문으로]
  2. 이 분의 바이올린 음색은 정말 특이하다. 어찌 보면 비브라토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듯 하지만, 도저히 이 분의 연주에서 그 '떨림' 이 없는 연주란 상상하기 힘들다. 마치 연주자 자신이 수줌음에 몸을 떨면서 연주하는 듯, 어린 소녀가 그러하듯 연주되는 이 분의 바이올린은 바흐의 바이올린 조곡 모음집들 중에서도 백미라고 생각한다. [본문으로]
  3. 너무나도 유명한 곡이다. 영화음악 등으로도 많이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The Violin Player 라는 영화는 이 곡 (The Chaconna) 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아니, 이 곡을 가지고 만든 영화이다. The Violin Player 의 사운드트랙은 기돈 크레머가 연주한 것이다. 기돈 크레머의 바이올린 음색이 원래 날카롭고 찌르는 듯한 음색인지라 영화의 클라이막스와 묘하게 잘 맞아 떨어져서 영화의 느낌을 더 잘 살린 것 같은 느낌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바이올린 연주 장면을 보면서, 부끄럽지만, 흐느꼈었다. 그러고 나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었는지, 속이 시원해 졌었던 기억이 난다. 그 영화를 볼 당시 매우 기분이 침체되어 있었다. 이유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본문으로]
  4. 마르치 여사의 음원은 확실히 저작권이 소멸되어서 문제가 없지만, 쉐링의 음원은 2016년이나 되어야 소멸되고, 포저의 음원은... 소멸이 요원하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블로그도 아니고 하니, 슬쩍 올려 보도록 하겠다. 트랙 하나인데... 다운로드도 불가능한데... 좀 꺼림칙하지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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