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 지방 여행 - 셋째날

여행 2010. 5. 24. 00:31

셋째날의 일정은 키요미즈데라(清水寺)와 아라시야마(嵐山)이다.

이날도 아침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고 키요미즈데라로 향했다.

교토의 버스 및 지하철 노선도, 그리고 지도는 교토 역에 있는 관광 안내소, 혹은 숙소에 문의해 보면 구할 수 있다. 이 지도가 매우 자세해서 아주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상점도 모두 문을 닫고 있는 상태였다. 키요미즈데라라는 이름과 언뜻 분위기가 비슷하게도 비오는 아침의 절 앞의 거리는 맑고 깨끗했다.

위에 보이는 길의 끝자락에 키요미즈데라가 있다.

약간은 먼 길을 걸어 올라가면서 옆의 골목길로 스리슬쩍 스며 들어가 보았다.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듯이 집집마다 화분으로 집 앞을 예쁘게 장식해 두었다. 집들은 낡았지만 운치있었고, 골목길은 좁았지만 쓰레기 하나,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그야말로 예쁘고 아기자기한 동네였다.




느긋하게 걸어 올라간 길 꼭대기에는 목적지인 키요미즈데라가 (당연히) 있었다. 마침 수학여행 시즌이라 그런지 소학교 아이들, 중학교 아이들이 잔뜩 몰려오는 바람에 평일 오전의 고즈넉한 풍경은 즐길 수 없었다. 아이들은 어딜 가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인솔해 온 선생님의 눈을 피해서 엉뚱한 짓을 하는 말썽꾸러기 남자아이들도 보였고, 젊은 선생님에게 수줍게 얼굴을 붉혀 가며 말 거는 여자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군것질도 많이 하더라 ㅎ_ㅎ



왁자지껄한 아이들의 소음이 잦아질 때 쯤 일행은 버스에 몸을 싣고 다음 목적지인 점심식사를 할 식당인 이이무라(いいむら)로 향했다. 물론, 버스를 이용했다. 일본의 버스 기사분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었다.

오늘의 이이무라 정식은 타케노코고항(筍ご飯 - 죽순밥, 발음이 맞나 모르겠다)과 민치카츠(ミンチカツ) 였다. 알맞게 뜸 들인 밥에 잘 익은 죽순이 섞여 있어서 입에 넣으면 상큼한 죽순향과 약간 간간한 밥의 맛이, 밥 만으로도 너무나 맛있게 느껴졌다. 돈까스의 일종으로 보이는 민치카츠는 또 어떠한가! 튀김과 속은 말할 것도 없이 훌륭했으며, 이같은 커틀릿 - 일본식 커틀릿에 뿌려져 나오는 소스 (데미그라스 소스라고 하나?) 의 맛과 향을 싫어하는 나이지만 아무런 거부감 없이 맛나게 먹을 수 있는 소스가 정말 일품이었다!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고 하여서 사진을 찍지 못했기 때문에 위의 링크에 있는 사진으로 어떤 음식인지 가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아라시야마로 가서 즐거운 산책을 하였다. 


원래는 호즈가와 구다리 나룻배 체험을 할 예정이었는데, 비가 심하게 오는 바람에 그 일정을 취소했다. 그랬더니 시간이 많이 남아서 다음날의 예정이었던 미타라시 당고를 먹기위해 205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결정적인 실수를 하나 했다. 바로 다른 미타라시 당고를 먹어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 집의 당고를 먹으러 가는 바람에 진정 이 집의 맛이 뛰어난지 어떤지를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은 꼭 비교해서가 아니라 음식 그 자체로도 맛있는 법. 일행 세명 모두 맛나게 당고를 먹고, 한접시 더 시켜서 먹었다. 봄 한정판이라는 꽃떡도 시켜 먹어 봤는데, 역시, 당고의 맛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날의 저녁 식사는, 라멘. 교토역 옆의 신부쿠사이칸(新福采館) 본점에 가서 라멘을 먹었다. 그런데, 양이.... -0- 장난이 아니었다. 아깝지만 좀 남기는 수 밖에. 그러나 면발은 꼬들꼬들했고, 국물 또한 그다지 짜지 않아, 작은 걸로 시켰다면 아마 국물까지 후루루룩 다 마셔버렸을 것이다. 아이고.. 군침도네... 이 라멘점은 우리나라의 중국집.. 정도의 느낌이다. 이름부터 중화소바요리점이니까. 교토 내에서는 꽤나 유명한 모양이다. 이 라면집에서도 피곤해서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아쉽다.

아, 여기 서빙하는 사람... 교토 방언으로 엄청나게 빠르게 이야기하는데, 예를 들면 우리나라 시장통 상점에서 "어섭셔~" 가 줄어서 "어ㅂ셔~" 가 되는 정도로 (군대 갔다온 사람들이면 알 거다. '김병장님' 을 '김자임~' 이라고 하는듯) 이야기를 해서... 의사소통에 꽤 애를 먹었다 ㅠㅠ

만약 다음에 교토에 또 온다면 반드시 다시 가서 맛을 봐야겠다. 이번에는 작은걸로(나미) ㅎ_ㅎ


이걸로 사흘째의 일정은 종료. 이제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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