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핑 베토벤 (Copying Beethoven) / 대푸가 (Grosso Fugue) / 불멸의 연인 (Immortal Beloved) 그리고, 게리 올드만(Gary Oldman)

Music/Classical 2010. 2. 16. 15:10

2008/08/04 02:57

이 영화를 본 것은 몇달 전의 일이다.

그런데도 굳이 지금에 와서라도 이처럼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이 영화에서 사용한 음악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웬만큼 서양 고전 음악을 들어 보았다는 사람들도 감상하기 다소 힘들어하는 장르가 있으니 바로 현악 사중주이다. 그래서 서양 고전 음악 깨나 들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누구누구 현악 사중주가 어쩌고 하는 발언을 할 경우 "아하, 이 분은 음악좀 듣는 분이로구나" 하는 생각들을 대부분 하게 된다. 물론 나처럼 그저 "허영심" 에 몇번 들어보는 경우라든지, 정말 순전히 들어 봤더니 좋아서 좋아하시는 분들은 예외가 되겠다.

베토벤과 관련된 영화들을 이야기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리 올드만 (Gary Oldman[각주:1]) 주연의 "불멸의 연인 (Immortal Beloved)".

Immortal Beloved

<Immortal Beloved>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논하기에는 내가 가진 식견이 너무나 짧지만, 극장의 큰 화면에서 별들 사이에 아이 베토벤이 누운 가운데, 베토벤 교향곡 9번의 4악장이 흐르면서 아이 베토벤이 별이 되는 장면은 영화를 본지 수년이 흐른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 때의 기분이란, Cosmos 에서 칼 세이건 (Carl Sagan) 이 한 아이에게 "You're a part of the Milkyway Galaxy, too" 라고 이야기 했을 때, 그 이야기를 들은 아이의 기분과 비슷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각각 서로 다른 느낌과 의미들이겠지만, 왠지 그 아이의 표정이 영화의 이 장면과 겹친다.




아무튼, 베토벤의 여러 유명한 곡들로 잘 꾸며진 "불멸의 연인" 과는 달리, "Copying Beethoven" 의 시작은 충격적이다.

시작부터 "Grosso Fugue (대푸가)" 라고 알려져 있는 베토벤 현악사중주 op.133 과 함께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곡은, 평론가들 사이에서 소위 "베토벤 현악 사중주의 결정체", "난해하기가 최고"인 곡으로 평가되는 곡이다 (그렇다고 나도 그에 동의한다는 것은 아니다. 실은, 나는 아무 생각 없다. 그저 그런가 보다 하는 정도일 뿐).

이 곡은 베토벤의 "후기" 현악사중주로 분류되는 12번 ~ 16번 중 13번(op.130)의 여섯번째 악장으로 쓰여졌지만, 후에 베토벤이 이 곡만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 (op.133) 독립시키고, op.130 의 6악장에는 무난한 구성의 곡으로 대체시켰다.

이와 관련된 일화가 하나 있는데, op.133 을 따로 떼지 않고 6악장으로 남아 있을 당시 이 곡 (op.130) 을 비인에서 초연되었을 때, 베토벤은 연주회장에는 참석하지 않고 근처 술집에 있었다고 한다. 연주가 끝나고, 4악장과 5악장(Cavatina 로 많이 알려져 있다)이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고 앙코르로 연주해야 했다는 소식을 안나 홀츠(영화에 나오는 그 안나 홀츠인 듯 하다)가 베토벤에게 전했다. 그러자 베토벤은 격노하여 "왜 푸가는 안돼는가" 라고 하면서 청중들을 "천박한 것들"이라고 욕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이 곡에 대한 베토벤의 애정(?)은 남달랐던 모양이다.

이 곡은 "푸가" 라고 제목이 붙어 있지만, 바로크 시대의 그 "푸가" 는 아니고, "푸가의 형식을 빌린" 혹은 "푸가의 정신에 입각하여" 쓰여진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뭇 전문가들이 "숭고한" "위대한" 등의 수식어를 사용하며 설명하는 곡이다.

이런 대중적이지 않은 곡을 "감히" 영화의 처음에 썼다는 사실이 상당히 신선했다. DVD 를 처음 플레이 했을 때 연주되는 이 곡은 나로 하여금 "헉, 이 곡을?" 이라는 생각을 가지게끔 하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하게끔 하였다.

그러나 영화 자체는 그다지 큰 임팩트가 없었으며, 오히려 어정쩡한 편집과 연출, 시나리오로 인해 감상시 정신이 많이 분산되는 편이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감상하면 적당하겠다.

Copying Beethoven

<Copying Beethoven>



얼마 전 내한해서 공연했던 알반 베르크(Alban Berg) 사중주단의 베토벤 현악 사중주 전집에 수록된 연주로 Op. 133 을 감상해 보도록 하면 좋겠지만... ㅠ_ㅠ 파일이 너무 커서 올라가지 않는다. 96k 로 인코딩을 해도 10MiB 가 넘어간다.....;;; 아쉽지만, 할 수 없다.

------------

Gary Oldman in Friends

<프렌즈에서 열연(!)하고 있는 게리 올드만>


Gary : a Picture of my wife... (pause) in your Pack!!
Matt : you went through my Personal Property?!

P 부분에선 거의 침을 뱉(-_-)는 수준의 발음이....

-------

2010. 2. 16. youtube 에서 동영상을 발견했다. ㅋㅋㅋㅋㅋㅋ

동영상 올린 사람이 퍼가기를 허용하지 않아서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youtube 에서 보라고 나온다. 클릭해서 youtube 에서 보면 된다.



  1. 분명 매우 뛰어난, serious 한 배우인데, Friends 를 보고 나서는 대사를 하면서 자신의 침으로 상대 배우를 샤워 시키는 -_-;;; 이미지가 자꾸만 생각나서 안습이다. (본 포스트 맨 아래 참조) [본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