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 2일차 2008.10.23

여행 2008. 10. 28. 01:47
부여는 매우 깨끗하고 여유로운 동네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발한 우리는 아래의 경로를 따라 문경까지 가서 제 2 박을 하였다.

부여 궁남지 -> 부여 박물관 -> 정림사 -> 부소산성 -> 무녕왕릉 -> 공주 박물관 -> 공산성 -> 문경 1박

궁남지. 드라마 황진이 촬영장소이다.


백제 금동 대향로 (국보 287호)

백제 금동 대향로 (국보 287호).


위의 사진은 부여 국립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던 백제 금동 대향로이다. 별다른 감흥 없이 박물관을 둘러 보던 도중 눈에 띄게 되었는데, 자세히 보면 볼 수록 신비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세밀하게 새겨 넣은 조각들의 아름다움이란 말로도 표현할 수 없으며, 사진에도 담을 수 없다. 직접 가서 보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사진과 아래의 정림사지 5층 석탑의 사진은 resizing 조차 하지 않은 원본 사진을 특별히 올린다.)


정림사지 5층 석탑

정림사지 5층 석탑


금동 대향로를 보고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향한 곳은 정림사지였다. 물론, 유명한 정림사지 5층 석탑을 보기 위해서였다. 금동 대향로를 본 직후에만 해도
    '오늘 이것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번 여행을 떠난 보람이 있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데에다, 중학교 시절의 수학여행때 보았던 석가탑과 다보탑의 그다지 감동적이지 못했던 기억으로 인해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큰 오산이었다.

탑에 가까워지면서 느껴지는 참으로 묘한 느낌. 그 우아함이 너무나도 신묘하여, 그를 미쳐 글로 옮기지 못함이 한스러울 따름이다. 거대한 탑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압감을 느끼게 하지 않는 위용(?)과,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모를 아름다움은 교과서 등에서 앵무새처럼 반복해 대던 "백제의 우아한 아름다움"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하겠다. 일찍 멸망해 버린 왕조의 기억 때문인지, 탑의 곡선을 따라가는 시선에서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꼈다. 왜 삼국 통일을 신라같은 나라에서 했었는지...

만약 내가 이 탑을 중고등학교 수학여행때 보았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지금 느끼는 이같은 감흥은 느끼지 못하였을 것이 틀림없다. 지금,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찰나처럼 짧은 내 인생의 한 가운데 지점에서, 이런 예술작품을 마주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 기쁘고 즐거울 따름이다.



공주 공산성. 성벽에 총안이 없는 것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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