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시편 에우레카 7(交響詩編エウレカセブン)

아니메, 드라마 2009. 3. 5. 03:46

첫인상은 "뭐가 이리 유치해" 였다.

서핑 보드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고, 적이랑 싸워서 이기면 관현악으로 "감동을 억지로 이끌어내려는"듯 한 음악이 나오는 편집을 보고서는 그다지 기대를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재미있다길래, 많은 사람이 최고로 꼽는 애니메이션 목록에 끼여 있길래 꾹 참고서 계속 봤다.

안 봤더라면 후회할 뻔 했다.

무려 50편이나 되는 길디 긴 시리즈이지만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고민, 성장이 매우 잘 묘사되어 계속 다음 편을 보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든다. 일단 다음 편을 보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 되면 계속되는 관현악 배경음악도 어느듯 거부감 없이 익숙한듯 들리기 시작한다.

여러번 바뀌는 오프닝 송과 엔딩송 또한 상당히 좋다.

무엇보다도, 극중 염장 커플들의 염장신(scene)들을 보면서 배가 아프다기 보다 감정이입이 되어버려 낭패스러웠다.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저와같이 강렬한 감정을 몇번이나 겪을까? 주체할 수 없어 자기도 모르게 행동이 나와 버릴 정도의 흘러 넘쳐나는 감정을 몇번이나 겪을까? 아무리 많아도 열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가 한계일 것이다. 나는 몇번이나 겪었을까? 글쎄... 한번이라도 그쯤 되는 감정의 격류를 겪어 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혼자서는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니...

약간 딱딱한 이야기를 해 보자.

이 애니메이션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고서, 평균 이상의 품질인 작화와 동화 수준을 보여 준다. 메카닉물이기 때문에 고속으로 움직이는 사람의 옷깃이나 머리카락 등을 표현하는 섬세한 작업을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장면이 나올 때에는 상당한 수준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음악은 또 어떠한가, 이와같은 "만화영화"에 관현악이라니. 신경 좀 쓴 것 같다. 장면장면 나오는 음악들도 상당히 좋다. OST를 만들어도 상당히 괜찮은 음반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렇지만 일본의 애니메이션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남성 중심의 클리셰(너는 내가 지킨다 - 君は俺が守る / 구하러 와 줬어 - 助けて来てくれた - 류의 대사를 비롯한 여러가지)들이 여전히, 아니나 다를까, 질릴 정도로 전편에 깔려 있는 것이 옥의 티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그만큼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도 드물기는 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만한 작품 - 이 시리즈에는 "작품" 이란 말을 붙여도 좋다 - 은 정말 드문 편이다.

전편을 봐 버린 지금 허무함과 공허함에 잠이 오질 않아 이 새벽에 아직도 책상에 앉아 있다.


세번째 opening:


誰かがほら今呼ぶ声がする。
風見鶏が居場所を告げている。
座り込んだこの坂の途中で、
空を飛べたらいいなとつぶやいた。
I can fly away
答えを求めて、

きづいたよ
過ちも
悔しさも羽になって、
体中
風感じ
そして今手を広げて、

太陽の真ん中へ 今俺は飛べるだろう
悲しみの夜を抜け 今よりも飛べるだろう
I can fly away
I can fly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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