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코 마켓, 그리고 쿄토 애니메이션

아니메, 드라마 2013. 1. 25. 23:38

쿄토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좀 덕력이 깊은 분들은, 카논(쿄토 작품 맞나?)부터, 하루히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작화력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쿄토 애니메이션은 K-ON! 부터 시작된다. 아니, 쿄토 애니메이션은 K-ON 그 자체이다.
솔직히 하루히는 재미가 없었고 (오프닝의 리드미컬한 안무는 솔직히 좀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이런 움직임을 애니메이션에서 묘사할까라고 최초로 느꼈던 장면이다), 그 이전의 작품들은 하도 고퀄 작화들을 보아 오다 보니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일단 눈에서 거부감이 생겨버려 손댈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처음 덕질을 시작할 즈음 K-ON! 을 봤었는데, 그 때는 일본어를 전혀 모르던 때였고, 그냥 산뜻하게 12편을 보고 치울만 한 산뜻한 애니메이션으로 기억했던 것 같다. 당시에 너도나도 K-ON! 이 재미있다고 꼭 보라고 그러는 분위기가 있었던 듯 한데, 나에게는 왜 그들이 그토록 열광(!)하고 빨아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1년 후, 이제는 일본어를 좀 배웠다고, 간간히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만 자막을 볼 정도가 되었고, K-ON!!(2기) 이 방송을 시작했다.

한편 한편 보면서, 일본인답게 사소한 부분까지 잘 묘사한 각 캐릭터들의 개성과, 움직임 묘사, 예뻐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눈이 가늘게 휘어지게 하는 에피소드들 (특히 14화) 로 인해, 나도 모르게 다섯 소녀들의 처묵처묵하는 일상에 빠져들게 되었다.

당시 갓 덕후의 세계로 입문하던 시기라 방송하던 거의 모든 애니메이션을 그날그날 거의 빠짐없이 시청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히 쿄토 애니메이션 팀의 작화와 다른 애니메이션의 작화가 비교가 되게 되었는데, 두말 할 것도 없이 압도적으로 K-ON!! 의 작화가 좋았다. 작화 뿐만 아니라 세세하게 움직이는 머리카락 다발들의 묘사, 녹음과 딱딱 맞아떨어지는 기타 스트로크. 심지어 코드까지 정확하게 누르고 있었다. 드럼에서 베이스가 퉁 하고 떨리는 부분의 묘사도 녹음과 딱딱 맞아떨어지는데다가, 키보드 연주 모습도 건반과 소리가 완벽 일치. 아무튼, 보면 볼 수록 경이로웠다.

'얘네들, 인간 맞나?'

그리고, 1년 수개월.

K-ON! 영화판이 블루레이로 나왔다. 냉큼 입수를 하여 감상을 하였다.

마치 그 전의 K-ON!! 의 작화는 예고편에 불과했던 것인양 한층 더 퀄리티를 높인 동화, 작화, 그리고, 짜임새있는 시나리오까지 모든 면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중간에 방송한 작품인 빙과에서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작화력과 인물의 움직임, 표정 묘사 등으로 내용은 약간 지루한 면이 없지않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그림을, 인물들의 움직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1시간 30분의 시간이 후딱 흘러가 버리는 경험을 선사하였다.

작년 (2012)에는 이례적으로 토쿄쿄토 애니메이션이 1년에 두 작품을 방송하였는데, 빙과 이후 연속되는 분기에 방영한 '중2병' 시리즈에서 또 더 한층 나아진 인물묘사와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새 작품을 제작할 때 마다 전작보다 조금씩 더 조금씩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제작사도 흔치 않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작화력이 상승했고, 그 중에는 팬들로부터 궁극의 작화라고 불리우는 작품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SAO, Fate 등)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그 모든 작품의 작화력은, 쿄토 애니메이션을 힘겹게 뒤쫓아가는데 그칠 뿐, 결코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아니, 좀 따라잡았나 싶으면, 쿄토 애니메이션은 다음 작품에서 저 멀리 휙 하고 또 달아나 버리고 있다.


그게, '중2병' 에서, 더 이상의 작화는 보여줄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분기의 타마코 마켓에서는 또 그 예상을 깨어 버렸다. 한층 더 진일보된 배경묘사와 일상 묘사, 그리고, 움직임 묘사를 보여 준다.

엔딩의 이 장면, 한발 한발 걸음에 따라 배경의 잔디가 앞으로 나가는 폭이 리드미컬하게 달라진다:


본화 중에서도, 후덜덜한 작화력은 계속된다. 빈 틈이 없다. 계속 이런 퀄리티로 제작을 해서 도대체 수지가 맞는지 걱정도 된다. (K-ON!! 에서 많이 벌었으니 괜찮으려나 허허)

벚꽃 묘사한 것 좀 봐라:


이제는, 토쿄쿄토 애니메이션이 뭔가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면 은근히 기대부터 될 듯 하다.

그들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본다.

일단, 타마코마켓부터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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