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발승의 새벽 노래, 나그네 / 정태춘

Music/Others 2008. 7. 19. 13:23
꿈결에 정태춘의 목소리를 들은 듯 하다.


너무나 서늘하고 찡한 곡들이 많지만, 위 두 곡만 함께 들어 보자.
사족을 달자면, 테잎으로 듣던 곡의 느낌과 엠피삼으로 듣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탁발승의 새벽 노래
승냥이 울음따라 따라 간다
별빛 차가운 저 숲길을
시냇가 물소리도 가까이 들린다
어서 어서 가자

길섶에 풀벌레도 저리 우니 석가세존이 다녀 가셨나
본당의 목탁 소리 귀에 익으니
어서 어서 가자

이 발길 따라오던 속세의 물결도 억겁속으로 사라지고
멀고 먼 뒤를 보면 부르지도 못 할
이름없는 수많은 중생들
추녀끝에 떨어지는 풍경 소리만 극락 왕생하고
어머님 생전에 출가한 이몸
돌계단에 발길도 무거운데
한수야 부르는 쉰 목소리에 멈춰서서 돌아보니
따라온 승냥이 울음 소리만 되돌아서 멀어지네

주지 스님의 마른 기침 소리에
새벽 옅은 잠 깨어나니
만리길 넘어 파도 소리처럼
꿈은 밀려나고

속세로 달아났던 쇠북 소리도 여기 산사에 울려퍼지니
생로병사의 깊은 번뇌가
다시 찾아온다

잠을 씻으려 약수를 뜨니 그릇 속에는 아이얼굴
아저씨하고 부를듯하여 얼른 마시고 돌아서면
뒷전에 있던 동자승이 눈 부비며 인사하고
합장해주는 내 손끝 멀리
햇살 떠올라 오는데
한수야 부르는 맑은 목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해탈 스님의 은은한 미소가 법당 마루에 빛나네

한수야 부르는 맑은 목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해탈 스님의 은은한 미소가 법당 마루에 빛나네
법당 마루에 빛나네



나그네
새벽이슬 맞고 떠나와서
어스름 저녁에 산길 돌고
별빛속에 묻혀 잠이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승처럼 먼길의 꿈을꾸고
첫 새벽 추위에 잠이 깨어
흰 안개속에서 눈 부빈다

물도랑 건너다 손 담그고
보리밭 둑에서 앉았다가
소나무 숲 사이로 길을돌며
먹구름 잔치에 깜짝놀라
먼 길을 서둘러 떠나야지
소낙비 맞으며 또 가야지

산 아래 마을엔 해가지고
저녁짓는 연기 들을 덮네
멀리 딴 동네 개가 짖고
아이들 빈들에 공을 치네
어미마다 지아이 불러가고
내가 또 빈들에 홀로 섰네

낮에 들판에서 불던 바람
이제는 차가운 달이 됐네
한낮에 애들이 놀던 풀길
풀잎이 이슬을 먹고 있네
이제는 그길을 내가 가네
나도 애들처럼 밟고 가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