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용어 정리 - f 값 (f-number), f-stop

사진기 2010. 11. 3. 01:28

최초 작성 : 2010. 06. 01
오류 정정 및 내용 업데이트 : 2010. 11. 3


흔히들 카메라의 렌즈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심코 'f 값이 작아서 밝은 렌즈라'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저러한 사진 블로그 등을 뒤져 보면 f 값이 작을 수록 조리개가 많이 개방된다는 것, 초보들이 "동경"하는 사진인 아웃포커스된 사진을 찍기 용이해진다는 것 등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왜 f 값과 조리개의 개방 정도는 반비례하는 것인지를 물어보면, 주변의 지인들도 그렇고, 누구 하나 정확하게 대답해 주는 사람이 없다. 도대체 f 값이 무엇이길래?


f number ?

요즘은 세상의 웬만한 지식은 전부 위키피디아에 있는 것 같다. 물론, 한국어 위키피디아의 이야기가 아니라 영어 위키피디아이다. 위키피디아를 뒤져 보도록 하자.

http://en.wikipedia.org/wiki/F_number

영어를 읽는 데에 부담이 없는 분들은 그냥 위의 위키피디아 페이지를 읽으시는 편이 내가 어설프게 정리한 이 포스팅을 읽는 것 보다 훨씬 나으니, 위의 링크를 이용하도록 하시라.

우선, f 값 N 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

N = f / D

여기서, f 는 렌즈의 focal length, 즉, 초점 거리이며, D 는 조리개가 개방되었을 때의 개방부의 지름, 즉, Aperture 의 지름이다. (이하 Aperture 의 직경으로 통일)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 상황을 단렌즈의 경우로 단순화시켜 보자. 단렌즈 (초점 거리가 고정되어 있는 렌즈) 의 초점 거리는 고정되어 있다. 변하지 않는 값이다. 따라서 위의 식에서 f 를 그냥 20 으로 대체시켜 버리자. (내 카메라에 장착된 렌즈가 20mm 단렌즈이기 때문에 정한 상수) 그러면, 위의 식은 아래와 같이 된다 :

N = 20 / D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중학교 때 배운 함수의 그래프가 생각난다. 심심한데 그래프나 한번 그려 보자.

gnuplot> plot [x=0:46] [0:20] 20/x


위에서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듯이 Aperture 의 직경이 증가함에 따라 f 값이 작아진다. 바꾸어 말하면, f 값이 작아짐에 따라 조리개가 많이 개방된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 f 값 자체가 저렇게 생겨 먹은 것이니, 조리개의 개방 정도와 반비례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면, f 값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도대체 이 f 값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이 값의 의미는 쉽게 생각해서, 렌즈에 입사되어서 촬상 소자에 도달하는 광자의 갯수의 역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역수가 나오니 갑자기 어려워지는데, 좀 더 쉬운 예를 들어 보자.

f 값이 같은 두 개의 렌즈는 렌즈의 초점 거리와 Aperture 직경이 다르더라도 동일한 양의 빛이 광자가 촬상 소자에 도달한다는 뜻이다. 즉, 동일한 "밝기" 로 상이 맺힌다.

예를 들어서, 초점 거리 100mm 인 렌즈와 135mm 인 렌즈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이 두 렌즈 모두 f 값이 4 가 되도록 조정해 두었다.
즉, 100mm 렌즈는 Aperture Diameter 가 25mm (4 = 100 / 25),
135mm 렌즈는 Aperture Diameter 가 33.8mm (4 = 135 / 33.8) 에서 4 의 f 값을 가진다.

그리기 힘드니 위키피디아의 그림을 인용하도록 하겠다 :


위 그림은, 동일한 f 값으로 세팅한 두 개의 렌즈가 상이 맺히는 부분에 동일한 광량을 입사시키는 모습을 표현했다.

33.8mm 만큼 조리개가 열려 있으면 25mm 에 비해서 더 많은 광자가 입사되겠지만, 그만큼 초점 거리가 길기 때문에 촬상 소자까지 도달하는 광자는 적어진다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즉, f 값은 촬상소자에 도달하는 광자의 양을 나타내는 값 혹은, 촬영되는 상의 "밝기" 라고 그냥 생각해도 무방하다.


일반적으로 f 값을 조리개 개방시 개방된 부분의 크기를 나타내는 값이라고 근사화시켜서들 이야기하곤 한다. 100% 틀린 말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100% 맞는 말이라고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렌즈의 초점 거리가 다르면 같은 f 값을 세팅한다 해도 조리개 개방시의 직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사진을 찍을 때 f 값을 조정하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자.

f 값을 변경시키면 (모든 설명은 단렌즈 기준으로 한다, 즉, 초점 거리는 상수임) 조리개가 열리는 정도가 달라지므로 촬상 소자에 도달하는 광자의 갯수가 (반비례로) 변화한다.

예를 들어 보자. 아주 어두운 공간에서 잔상이 남지 않도록 사진을 찍고싶다고 가정해 보자. 잔상이 남지 않으려면 셔터 스피드를 짧게 해 주어야 한다는 것 쯤은 다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셔터 개방 시간을 짧게 하면 렌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이 적어져서 아주 어둡게 사진이 찍힐 것이다. 뭘 찍었는지 알아보기 힘들수도 있다. 피사체를 알아볼 수 있는 정도의 밝기로, 잔상이 남지 않게끔 짧은 셔터 스피드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는다면, 렌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많게끔 하려면, 조리개를 많이 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f 값을 낮추어서, 즉, 조리개를 많이 개방해서 짧은 조리개 개방 시간에도 최대한 많은 양의 빛을 받아 들여서 "밝게" 나오게끔 하면 된다.


f-stop ?

렌즈의 조리개는 여러장의 날개로 이루어져 있다. 이 날개들이 열리는 정도는 미리 계산되어서 조정되어 있다. 또한 이 개방 정도는 연속적인 값이 아니라 불연속적인 값이다. 이 불연속적인 값들의 하나 하나를 stop 이라고 일반적으로 부른다. 조리개의 stop 들은 각각 다음 stop 이 현재 stop 보다 정확하게 조리개의 면적이 두 배가 되도록 조절되어 있다.

국민학교 산수 시간에 배웠던 원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을 상기해 보도록 하자.

S = π r 2

위 식을 이용해서 면적이 두 배가 되는 원의 반지름 r' 을 구하면,


그런데, S 는 π r 2 이므로,


면적이 두 배가 되면, 단위 시간당 통과하는 빛의 양 (광자의 갯수) 도 두 배가 된다.

즉, 직경이 √2 배 만큼 커지면, 빛의 양은 두 배가 되고, 직경이 √2 배 만큼 줄어들면 빛의 양은 절반이 된다.

렌즈의 조리개는 처음에 이야기했듯이, 각 stop 들이 인접한 바로 앞의 stop 에 비해 빛의 양이 두 배가 되도록 미리 조절되어 있다. 단렌즈의 경우, 초점 거리가 고정되어 있으므로, 위 결과를 f 값의 계산에 대입해 보자.

N = f / D, f 는 focal length, 단렌즈의 경우, 상수임.
만약 D = f 이면, f 값은 1 이 된다.
그 다음 값으로, 단위 시간에 조리개를 통과하는 빛의 양이 절반이 되는 직경은 f / √2 가 되며,
이 때, f 값 N = f / D = f / (f / √2) = √2 ~= 1.414
그 다음 값으로, 단위 시간에 조리개를 통과하는 빛의 양이 1/4가 되는 직경은 f / (√2)2 가 되며,
이 때, f 값 N = f / D = f / (f / (√2)2) = (√2)2 = 2
그 다음 값으로, 단위 시간에 조리개를 통과하는 빛의 양이 1/8가 되는 직경은 f / (√2)3 가 되며,
이 때, f 값 N = f / D = f / (f / (√2)3) = (√2)3 ~= 2 * 1.414 = 2.828
.
.
.

빛의 양이 절반씩 감소해 가는 직경들을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



위 직경들을 f 값의 정의인 N = f / D 에 대입해서 얻어진 f 값들을 빛의 양이 많은 쪽부터 적은 쪽으로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1.0
1.4
2.0
2.8
4.0
5.6
8.0
11.3
16.0
22.6
...

어디서 많이 본 숫자들이다.
지금, 자신이 가진 카메라를 들고, 다이얼을 돌려서 f 값을 조절해 보자.
기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내 카메라인 gf1 의 예를 들어 보겠다 :




위 표에 있는 숫자들이 보인다.
다이얼을 돌려서 f 값을 조절하면, 저 눈금 사이를 1/3 씩 움직여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의 카메라들은 사용자가 빛의 양을 딱 두 배, 절반씩 조절하는 것 보다 좀 더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게끔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f 값을 좀 더 세분화 해 두었다. 내 gf1 은 세 단계로 세분화 시켰지만, 카메라에 따라서, 네 단계로 한 기종도 있으며, 두 단계로 한 기종도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저처럼 숫자가 적혀 있는, 굵은 눈금으로 표시된 f stop 들 간에는 밝기가 정확히 두 배 씩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밝기 조절 - f 값과 셔터 속도와의 상관 관계

여태까지 약간 복잡(?)한 수식을 써 가면서 f stop 에 대해서, 그 값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아 보았는데, 이 지식을 사진 촬영할 때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f 값을 정하는 표준이 확립되면서, 셔터 속도도 그에 맞추어서 표준화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http://en.wikipedia.org/wiki/Shutter_speed)
그래서, 셔터 스피드를 1 step 줄이고, f 값을 1 stop 줄이면 (조리개 직경을 1 stop 크게 함) 동일한 밝기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끔 표준화가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내 gf1 을 S 모드에 두고 다이얼을 돌리면, 그대로 셔터 스피드와 f 값이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표준화된 셔터 스피드 값들은 위키피디아를 참조하자 : http://en.wikipedia.org/wiki/Shutter_speed


이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지금 머릿속에 떠 오르는 상황은 다음과 같은 상황이다 :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찍는 상황이다. 카메라의 모드를 자동으로 두고 노출 측정을 하니 f4, SS 1/25 가 나왔다. 그런데, 1/25 초면, 100%, 손떨림 때문에, 흔들린 이미지 밖에 찍지 못할 것이다.

이 때, 동일한 밝기를 유지하면서, 손떨림에 의한 효과도 최소화 하려면, 셔터 스피드를 더 줄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셔터 스피드를 광량이 절반으로 줄게끔 1/50 초로 1 step 줄이면 (위키피디아의 셔터 스피드 표 참조), f 를 1 stop 줄여야 (조리개를 1 stop 열어야) 한다. 따라서, 같은 밝기를 유지하면서 1/50 초의 셔터 스피드로 촬영하려면, f 는 2.8 이 되어야 한다.

1/50 초는 상당히 느린 셔터 스피드이다. 그래도 불안해서 한단계 더 셔터 스피드를 낮춘다. 1/100 초로 하게 되면, f 값은 2.0 이 되어야 한다.

사진이 어려운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f 가 2.0 이 되면, 피사체가 근접해 있을 경우, 심도가 매우 낮아진다. 그런데, 내가 심도가 깊은 사진을 찍기를 원한다면.... 야간 실내 촬영의 경우, 방법이 없다. 삼각대를 사용하고, 셔터 스피드를 높이면서, f 값을 크게 하는 수 밖에 없다. 혹은 flash 를 사용하는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 - 밝은 렌즈, 빠른 렌즈

여러가지 어려운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더 어렵게 ㅠㅠ 이야기했는데, 이제, 일반적인 카메라 동호회 등에서 이야기하는 f 값에 관련된 용어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먼저, f 값이 작은 렌즈를 "빠른 렌즈 (fast lens)" 라고 이야기한다. 왜인지는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f 값이 작은 렌즈는 셔터를 그만큼 크게 개방하므로 빛의 양이 많이 들어오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셔터 스피드를 빠르게 하더라도 적절한 노출의 사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빠른 렌즈 (fast lens)" 라고 부르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f 값이 작은 렌즈를 "밝은 렌즈" 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럼, 이게 f 값의 전부인가?

아니다. f 값은 나같은 초심자들의 동경의 대상인 소위 "아웃 포커싱" 된 사진을 찍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아웃 포커스 (shallow focus) 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고, 여기서는 조리개를 많이 열면 아웃 포커스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조리개를 조으면 아웃 포커스 효과가 잘 안나타난다는 것만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다시 말하면, f 값을 작게 하면 아웃 포커싱이 되고, 크게 하면 안되거나, 되어도 그 정도가 약하다는 것만 언급하고, f 값과 심도와의 관계 함수와 같은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에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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