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qwerty 로

Computing 2008. 6. 1. 23:24
dvorak 자판을 3일정도 사용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1. 타이핑하는 데 한쪽 손만 집중적으로 사용할 일이 없다. 그래서 물흐르듯 편안한 타이핑이 가능하다.

그러나 위 사실이 양날의 검이 될 줄이야...

우선, ctrl-c, ctrl-v, ctrl-x 등을 하려고 할 때 자판이 분산되어 있는 관계로 예전처럼 오른손에 마우스를 쥐고 왼손만으로 위 의 키 시퀀스를 누르는 것이 불가능해 졌다. c 는 오른손 약지로, v 도 오른손 약지, x 는 왼손 집게손가락으로 눌려야 하는 것이다. 즉, 마우스를 쥐고 있던 오른손이 움직여서 키보드로 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닉스 명령어들이 qwerty 를 사용할 때에는 몰랐지만, dvorak 을 쓰고 보니 qwerty 에서 사용하기 쉽게끔 만들어진 것 같다는 심증.

일례로, 가장 많이 쓰는 명령어 중 하나인 ls. 이거.. 드보락 자판에서는 오른손 새끼손가락만으로 타이핑 해야 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ls -la 를 입력하려고 하면 오른손 새끼손가락만 연속으로 네번을 움직여야 한다.

cat 파일네임 을 입력하려고 할 경우, 보통 cat 를 치고 파일이름은 X 의 clipboard 를 사용해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서 입력하는 경우가 많은데, cat 를 입력하기 위해서 두 손이 모두 자판 위에 올라가야 한다. 즉, 마우스를 쥐고 있던 오른손이 다시 자판으로 왔다가 가야 한다는 사실.

코딩을 많이 하는데, {, }, [, ], 가 모두 오른손 새끼손가락 저편으로 "더 멀리" 올라가 버려서 상당히 입력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리고, vim 의 명령어들의 위치가 바뀌어버린다. 물론 바뀐 명령어의 위치야 적응하면 되겠지만, 한손으로도 편안하게 입력하던 명령어들의 시퀀스가 양손을 모두 이용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 그래서 평소엔 오른손은 마우스를 잡고, 왼손은 vim 명령어를 입력하는데, 역시나, 마우스를 쥐고 있던 오른손이 자판으로 달려와야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

대략 위와 같은 이유와,
프로젝트의 일정이 매우 빠듯한데, 생산성을 매우 크게 떨어뜨린다는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해 다시 쿼티로 돌아왔다.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존경하는 프로그래머 한 분이 나 때문에 드보락으로 갔다가 나만 빠져 나왔다고 거의 삐짐모드가 되어 버리셨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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